• 북마크
  • 접속자 26 (1)
  • FAQ
  • 1:1문의
  • 새글

언론/보도자료

알림 비밀글입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2026.07.14

알림 비밀글입니다.

cnoo 2026.06.30

알림 Re: 입소 문의 드립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2026.06.29
LOGIN

“수억 성과급 부럽지 않아요, 작은 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Story]

596 2026.06.02 10:10

별점

  • - 별점통계:
  • - 평점 : 0점 (0명 참여)

짧은주소

본문

  인천 북성·만석·효성동 쪽방촌 주민들

  "우리보다 더 가난한 이웃 돕자" 제안

  생활비 아끼고 폐지·고철 모아 기부해

  18년간 수백명 3000여 만 원 모금해

  "세상에 공짜 없어... 받은 만큼 돌려줘"

편집자주
한국일보 'Story'는 깊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내러티브 방식으로 풀어나가면서 삶에 대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지난달 18일 인천 중구 북성동1가 김정남(왼쪽)씨 집에서 김정남씨와 김은임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환직 기자

"성과급이 뭐야, 내가 덜 쓰고 기분 내는 게 좋지 뭐.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게 좋지 않아?"

도합 50년의 기부 경력을 자랑하는 인천 중구 북성동1가 쪽방촌 주민 김정남(89), 김은임(83), 윤정심(60)씨의 얘기다. 이들은 동전 한 닢, 지폐 한 장을 알음알음 모아 매년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을 위해 기부를 한다. 이들은 거액 기부자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지만 기부 경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모자란 게 없는 삶... 서로 도우며 살아야"

지난달 18일 인천 중구 북성동1가 김정남(왼쪽)씨 집 앞에서 김정남씨와 김은임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환직 기자

북성동1가 쪽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2층짜리 키 작은 집들이 얇은 벽을 맞대고 얼기설기 들어서 있다. 한때 20가구가 넘게 살았지만 현재는 14가구만 남았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취약계층이다. 지난달 18일 장미와 백합, 카네이션 등이 만개한 김정남씨의 집에 모인 이들에게 어려운 형편에도 남을 돕는 이유를 물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김정남씨는 50여 년 전 고기잡이배가 드나들던 시절 지금 동네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다. 10여 년 전 이웃의 권유로 기부에 동참했다. 그는 "쪽방상담소에서 겨울에 등유와 연탄을 주지, 딸들이 꽃도 사다 주지 나는 모자란 게 없는 삶이야, 많이는 못 도와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성의껏 돕고 싶어서"라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2002년 마을에 정착해 마을에서 가장 막내인 윤씨는 스무 살 넘은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기부를 해왔다. 그는 "동전 한 개, 지폐 한 장씩 안 쓰고 모아서 기부를 했다"며 "우리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사는 거지, 어려운 사람들 보태 쓰라고 푼돈이라도 나누면서 서로 도와가며 사는 거야, 우리도 도움 많이 받잖아"라고 했다.

4대째 인천에 살고 있는 토박이 김은임씨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받은 게 있으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이승만 대통령이 옛날에 어려울 때 '한 사람당 10원씩만 거둬도 큰돈이 되고, 그 돈으로 사람 하나 살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했었어, 요즘은 동냥하는 사람도 동전은 안 받는다고 하던데, 10원짜리도 모으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쓸 수 있지"라며 기부 이유를 말했다.


고철 팔고, 볼펜 팔아... 18년간 3,000만 원 모여

인천의 쪽방촌인 동구 괭이부리마을 주민 대표 권영자(왼쪽 네 번째)씨와 무료급식소 이용자 대표 이동승(다섯 번째)씨, 이준모(세 번째)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 등이 1월 27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금회 제공

쪽방촌 기부의 시작은 2008년부터다.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괭이부리마을)의 한 주민 제안으로 기부의 싹이 텄다. 현재 70여 가구가 거주하는 괭이부리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다. 1930년대 만석동 앞바다를 메워 세워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숙소가 있다. 6·25 전쟁 때는 피란민의 정착지로 쓰였다.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인천해인교회 목사)은 "괭이부리마을 한 주민이 '늘 도움만 받아 미안하다, 어떻게 받기만 하냐, 우리보다 더 가난한 이웃을 돕자'고 제안해 시작한 것이 벌써 올해로 18년째"라고 강조했다.

괭이부리마을에서 시작된 모금은 북성동1가와 만석동 쪽방촌 주민뿐만 아니라 계양구 효성동 쪽방촌 주민, 인천내일을여는집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이용자, 노숙인쉼터 생활인 등이 참여하면서 확대됐다. 연말이면 인천쪽방상담소 등에서 주민들로부터 기부를 받는다. 주민들은 자선 바자회 등 다른 나눔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윤씨는 "연말이면 쌈짓돈이 수북하게 나와 서로 부자라고 놀리기도 한다"고 모금 분위기를 전했다. 18년 전 기부 첫 해 70여 만 원이 모였던 기부액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3,024만1,690원으로 40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292만6,240만 원이 모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의 쪽방촌인 동구 괭이부리마을 주민 대표 권영자(왼쪽 두 번째)씨와 무료급식소 이용자 대표 이동승(네 번째)씨 등이 1월 27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모금회 제공

쪽방촌 기부에는 눈물 나는 사연이 배어 있다. 주민들은 손수레와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가 모은 폐지, 소주병, 고철을 팔아 마련한 돈을 기부했다. 고령이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서 돈을 보탰다. 자활공동작업장에서 볼펜을 조립하고, 쇼핑백을 접어 한 푼 두 푼 모은 돈도 모였다. 찬거리를 사고 남은 몇백 원을 수년간 모은 이들이 내놓은 돈도 있다. 과거에 커다란 LPG 가스통을 반으로 잘라 동전을 가득 채워 가져온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엄경아 인천쪽방상담소 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00여 분 정도가 모금에 참여했다"며 "자활공동사업장 자활사업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번 돈을 기부하시는 어르신도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누군가를 돕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나눔을 18년 동안 이어오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쪽방촌 돕는 쪽방촌 기부

쪽방촌에서 모인 돈은 다시 쪽방촌으로 향한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쪽방촌 주민 등이 모은 돈을 연초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있다. 전달식에는 주민들도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이들은 기부를 하면서도 기부를 받는다고 했다. 나누는 기쁨이 살아갈 용기를 준다고 했다.

만석동 쪽방촌 주민 대표 권영자(65)씨는 지난 1월 성금 전달식에서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에는 꼭 필요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금이 시작된 첫해부터 함께했다"며 "매년 모금에 참여하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고 했다. 권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1년 동안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기부하신 분들도 있다"며 "모금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했다. 무료급식소 대표 이동승(84)씨는 "우리가 낸 작은 돈을 귀하게 여기고 더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해 준다니 보람 있다"며 "돈을 쓰는 것보다 돈을 아끼는 게 더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사회적 분배"

쪽방촌 기부는 계속된다. 이들은 어려운 형편의 이웃이 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씨는 "동네 주민들 90%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 나이가 아주 많거나 몸이 아파서 일해서 다른 사람을 돕기는 어렵다"며 "아껴서라도, 가진 것을 나누면서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임씨도 "쪽방촌 주민들도 줄어들고, 상황이 어려울 땐 기부하기가 힘든 분들도 많다"며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는지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생색내지 않고 흔적 없이 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남씨는 "욕심을 내면 끝이 없겠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같이 웃고 살아가는 이웃을 보면 뭐라도 나눌 게 있다"고 했다.

쪽방촌 기부가 대기업의 초과 이윤의 사회적 분배 논의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이 이사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수억 원대 성과급과 역대급 증시 활황으로 돈을 버는 이들도 많고, 초과 이익을 누리는 이들도 많은 현실에서 가난한 이들의 기부는 더 빛을 발한다"며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금액에 상관없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한 사회적 분배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쪽방촌 기부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인천 중구 북성동1가 쪽방촌 모습. 이환직 기자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좋아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01건 1 페이지
제목
익명 아이디로 검색 2026.07.02 780 0
인천내일을여는집 아이디로 검색 2026.06.02 597 0
인천내일을여는집 아이디로 검색 2026.06.01 497 0
내일을여는자활쉼터 아이디로 검색 2026.04.29 716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6.04.28 903 0
인천내일을여는집 아이디로 검색 2026.04.27 539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11.11 982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10.29 933 0
인천내일을여는집 아이디로 검색 2025.10.27 670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10.15 923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10.15 903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09.26 926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09.26 941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09.26 1,060 0
인천쪽방상담소 아이디로 검색 2025.09.26 86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