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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1 2017년 5월 21일]제목: “차라리 죽는게 나아” 쪽방촌 노인들의 신음

2,063 2017.05.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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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라리 죽는게 나아” 쪽방촌 노인들의 신음

인천 송림동 90여 가구 3.3㎡ 생활
“힘없고 아프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문한기 기자 | 2017-05-21 18:50 송고 | 2017-05-22 17:13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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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낮의 인천 동구 송림동 쪽방촌 복도 모습. 2017.5.21 © News1 문한기 기자

인천의 옛도심 송림사거리에는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모여 있는 단지가 거대하게 솟아있다. 전망이 탁 트인 이 아파트는 높은 조망권과 인근 산업단지와 가까워 중산층이 주로 모여 산다. 말끔하게 정돈된 단지 앞 도로와 열 맞춰 주차된 차량들 모습에 평온함마저 느껴진다.

이 아파트단지 바로 옆 골목에는 ‘쪽방’이 있다. 1∼2층 건물들이 주먹 하나 들어갈 만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골목에서는 보기 드문 3층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쪽방’이라 부른다. 

‘쪽방’에는 90여개의 방이 있다. 쪽방은 아파트 주차단지에 그어진 주차선처럼 방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쪽방들은 30m가량의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다. 모두 똑같은 한 평(3.3㎡) 크기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3시지만 쪽방의 복도는 어둡다. 터널처럼 복도 끝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굳게 닫힌 쪽방들에 노크하는 순간 손가락으로 차가운 기운이 전해진다.

복도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1층 복도 맨 끝에 사는 최승호씨(65·가명)가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다. 쪽방 사람들은 이 건물에 1개 뿐인 화장실과 세면장에서 이웃들을 만난다. 화장실을 가는 시간은 이들이 유일하게 이웃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말 그대로 ‘볼일’이다.

볼일을 마친 최씨가 겸연쩍게 웃는다. 최씨의 방의 반쯤 열린 창문에는 거미줄이 쳐 있다. 거미줄 간격이 촘촘하다. 무료로 도배를 해주겠다는 쪽방상담소 직원의 말에 “이런 집에 거미줄이 있어야 제 맛”이라며 거절한다. 

일용직 일을 하는 최씨는 요즘 일이 없어서 집에서 쉬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가끔 찾아오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도움이 제법 쏠쏠하다. 오늘은 빵 서너개를 얻었다. 좋은 술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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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인천 동구 송림동 쪽방촌에 사는 이선희씨(71·여·가명)가 쪽방상담소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17.5.21 © News1 문한기 기자


최씨의 방 옆 쪽방에는 이선희씨(71·여·가명)가 살고 있다. 이씨의 방에는 밥통이 2개다. 하나는 밥을 짓기 위한 밥통이지만, 또 다른 밥통은 요강밥통이다. 화장실과 불과 5m 거리 쪽방에 살지만 지난해 폐암 수술로 움직이기 불편해지면서 요강밥통을 마련했다. 요강은 매일 이씨를 찾아오는 노인 요양보호사가 치워준다. 방에 들어서자 지린내가 진동한다. 움직이기 어려운 이씨에게 1평 남짓한 쪽방도 ‘넓은 운동장’이다. 마지막 외출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씨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은 ‘동물의 왕국’이다. 이씨에게 사람 사는 이야기는 관심 밖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모두 자기를 보러 잠시 들렸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을 ‘나그네’라고 부른다.

모두 그를 할머니라고 부르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 시흥에서 잘 나가는 부동산 사장님이었다. “아니, 그랬던 분이 어쩌다 이런 곳에 사세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빌려 준 돈 15억원을 못 받아서”다. 

미혼이었던 이씨는 돈을 잃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10여년전 인천으로 이사왔다. 하지만 60대 노인에게 일자리는 없었다. 그나마 있던 월셋방은 6년 전 쪽방으로 바뀌었다. 그의 수입은 정부에서 나오는 노인기초연금 등 총 40만원 남짓이다. 이중 20만원은 쪽방 월세로 나가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한다.

이씨는 오는 24일 상담소가 여는 무료 칠순잔치에 나갈 생각으로 설렌다고 했다. 그의 달력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5월24일에 “생일”이라고 써있다. 남이 챙겨주는 첫 생일상이란다.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으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갈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이아몬드는 예전에는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물건이었기 때문에, 갈비는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원을 묻자 “이렇게 살면서 뭘 바라. 차라리 빨리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인천 내일을여는집 쪽방 상담소에 따르면 인천에는 인천 동구 송림동과 만석동 등 500여개의 쪽방이 있다. 이들 쪽방은 모두 개인 소유의 건물로 1달 평균 15만∼20만원의 월세를 낸다. 쪽방 생활자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다. 

이들이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이 서류상 있다면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혜택을 받는다해도 월 40만∼50만원 수준으로 생계에 턱없이 부족하다.

박종숙 쪽방 상담소장은 “쪽방 입주민 대부분은 늙고 힘이 없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60대 이상의 노인들로 열심히 일해 쪽방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도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라며 "가난한 노인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지원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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