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인천 만석동 사회복지 단체 '내일을 여는 집(이사장 이준모)' 건물 3층 작업실. 머리가 희끗한 70~80대 노인 12명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볼펜을 조립하고 있었다. 굳은살 박인 손가락으로 볼펜 몸체에 심을 끼웠다. 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볼펜이 자꾸 바닥에 떨어졌다. 1개 조립해 받는 돈은 12원. 이렇게 온종일 일하면 한 달에 25만원쯤 번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 중 일부를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왔다. 올해로 10년째다. 김향자(81)씨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재미를 아느냐"고 했다.
![]()
만석동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의 마지막 판자촌 밀집 구역. 6·25전쟁 직후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됐다. 주민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2~3평 정도의 방에 살면서 공용 화장실을 쓴다. 주민 대부분은 노인이고, 전체 30%가 기초생활수급자다.
기부는 10년 전 한 쪽방촌 주민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하는데, 우리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정성을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진 게 별로 없는데 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한번 해보자"며 모금함을 설치했다. 김향자씨는 "처음에는 너무 적게 모여 창피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주민들이 앞다퉈 모금함 앞에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소식이 옆 동네 계양동 무료 급식소까지 전해졌다. 그들도 "우리도 매일 80~100명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어 항상 감사하고 있다. 동참하고 싶다"고 했다. 박종숙(62) 인천쪽방상담소장은 "한 무료급식소 이용자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를 꺼내 '내 전 재산'이라며 모금함에 넣는 모습, 플라스틱 통에 동전을 꽉 채워 가져온 온 할머니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찡하다"고 했다. 이렇게 2008년 말 87만여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주민들은 매년 12월 기부금을 모아 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있다. 누적 기부액은 1250만원에 달한다.
![]()
지난해에도 12월 6~31일까지 쪽방 상담소, 무료 급식소, 노숙인 쉼터 등에 모금함을 비치했다. 기부 행렬에 인현동·북성동·계산동 등 인근 쪽방촌 주민들도 동참했다. 올해는 400여명이 볼펜 조립과 폐지 수집을 해서 마련한 성금 160만7340원을 지난 1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취약 계층 아동 의료비, 사회복지 시설 지원금 등에 쓰인다.
쪽방 거주민 이정성(78)씨는 "올해 기부금은 내가 전달했는데 눈물이 나와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먹을 걱정, 잠잘 데 걱정을 안 하고 있다. 일자리까지 얻었는데 도움을 받기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명광(78)씨는 "기부는 많이 가졌다고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에 달렸다. 힘닿는 데까지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제목 | 글쓴이 | 날짜 | 뷰 | 추천 | ||
|---|---|---|---|---|---|---|
| 익명 2026.07.02 780 0 | ||||||
| 인천내일을여는집 2026.06.02 598 0 | ||||||
| 인천내일을여는집 2026.06.01 499 0 | ||||||
| 내일을여는자활쉼터 2026.04.29 717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6.04.28 905 0 | ||||||
| 인천내일을여는집 2026.04.27 540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11.11 985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10.29 933 0 | ||||||
| 인천내일을여는집 2025.10.27 671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10.15 925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10.15 906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09.26 928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09.26 941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09.26 1,061 0 | ||||||
| 인천쪽방상담소 2025.09.26 863 0 | ||||||